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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음주문화] 중국 / 조성기
 
   
 
관리자 | 2006.10.09
중국의 술 습관을 알고 싶을 때 등소평이 애용한 ‘동충하초’로 담근 건강주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반주로 마신 2잔의 술을 불로장생과 강정강장의 비약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건강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류(韓流)에 들뜬 중국 대도시의 젊은 남녀들은 독한 술을 물마시듯 마시고 광란의 밤을 보내는 장면을 수없이 연출한다고 한다.

중국 축구팀의 장신 스트라이커인 장위닝이 음주운전 사고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보도도 이를 설명한다. 통상 중국인은 술자리가 시끄럽기는 하지만 건전하게 마신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변화의 물결 앞에 중화사상도 무력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러니 몇 년 전 국무원 산하 23개 부서 공직자들이 ‘바이지우’(白酒) 안마시기운동을 강력히 전개한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 중국 음주문화의 다양성

중국에서 알코올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연관 지어지고 있는가를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누룩을 발효시켜 증류주를 만들어낸 본향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동서고금을 통해 증류주가 아주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세계 증류주사에 중국의 독주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독특하면서도 분명하다.

중국의 역사를 통해서 중국인의 사회, 문화적 삶 속에 알코올이 강조되지 않은 적은 없다. 그러니 중국인의 신념, 행동, 가치, 태도 등의 전반적인 사회문화 패턴이 술과 무관한 적은 드물다는 평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중국의 종교도 알코올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알코올 자체를 신성시 여겨 술을 마시고 싶을 때마다 신께 바치는 의례를 행했다. 당연하게도 중국인은 술을 음료이전에 하늘, 땅, 귀신, 다른 모든 신들과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하였다. 기원전 16세기에 벌써 쌀로 빚은 술을 왕과 장수에게 바치는 문형이 갑골문자에 나타나 있다. 술에 관한 초기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갑골문(胛骨文)은 중국의 상(商)나라(B.C 1711~1066) 시대에 이미 술과 종교, 하늘, 땅, 조상, 기타 귀신들에 대한 숭배사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중국에서 알코올은 다양한 의식과 연관이 되어왔다. 정치, 윤리, 도덕, 경로사상과 관련된 의식 등이 특히 술과 관계가 있다. 매년 봄에 황제가 귀족을 접견하는 의식을 치를 때, 추수기에 구대 사열과 행진을 벌이는 정기적 행사시에, 집안에 혼사가 있을 때, 장례식에서, 군사조련을 시작하는 의식을 시행할 때, 친구들과 만날 때 등등 술은 매우 중요한 의식의 일부가 되어 왔다.

특히, 중국인의 혼례에서 술은 진행하는 매 단계에 개입된다. 송나라(960~1279) 때 ‘한족’의 혼례예절을 보면 구혼자 쪽의 집안이 장래의 신붓감 집안에 술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한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이족’, ‘징포족’, ‘라후족’ 등 소수민족들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부모들이 결혼을 승낙한 것으로 치부된다는 점이다.  만주족이 약혼을 할 때에도 구혼자와 중매자가 술과 떡을 신붓감의 부모에게 보내고, 결혼식에서는 신랑이 신부 측의 가족구성원들에게 각각 술을 권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신랑과 신부에게 버터, 차, 양고기 등도 주지만 특히 행운의 상징으로 ‘발효된 암당나귀의 젖’을 준다.  만주족의 약혼례에서도 술은 매우 중요하다. ‘한족‘의 신랑도 신부 측의 친척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신랑신부가 함께 술을 마셔 결혼을 확인하게 된다.  딸이 태어나면 일정량의 술을 딸이 시집갈 때 사용하기 위해 비축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딸이 귀한 중국인 집안에서는 딸이 시집갈 때 아들 집에 비해 준비를 소홀히 했던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므로 술을 준비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행위였다.  중국에서 술은 일반적인 다른 예물과 다른, 별다른 효험이 있는 ’필수품‘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또한 중국인에게 술은 손님을 환대할 때 빠질 수 없는 물품이 된다. 주인과 손님은 환영과 감사의 표시를 서로 술을 통해서 한다.  오랜 친구들이 만났을 때도 물론 술이 없어서는 안 된다.  진나라(265~420) 시대의 고사에 “친구가 찾아오자 가난한 주인은 술을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팔았다”는 것이 있다. 중국에서 술이 없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매우 문제가 되는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음주는 접대와 사교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모든 회합에서 흥겨움과 편안함을 주는 것으로 여겨졌고, 심지어는 손님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했다.

몽고족은 한 번에 세 잔을 권하는 습관을 가졌다.  그중 두 잔을 빨리 마시지 못하거나 못 마시면 노래로 답례를 해야 했다.  티베트족은 술을 받았을 때 거절할 수 있기는 하였지만 통상 마시는 것이 예의였고, 세 번째 잔은 주인에게 권하는 습속을 가졌다.  소수민족인 ‘에웬키족’은 주인이 술을 불에 약간 붓고는, 먼저 약간 마신 후 권하여 독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중국인의 음주문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시 시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 중국인의 의례시의 음주

중국은 광대하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국가이다.  그만큼 다양한 음주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다양한 문화 속에서도 알코올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만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술이 고대로부터 모든 중국인의 의례에서 신성한 것으로 받들어져 왔음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대단위 잔치에서나 친구와 만나고 헤어질 때, 가족의 일상사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보낼 때, 일상의 식사 시에 술은 항상 중국인들의 곁에 있었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색다른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서양인들의 눈으로 보면 “정말 그러한가?”하고 다시 물을 만한 일이다.

우유로 만든 ‘쿠미스’라는 와인류의 중국술은 말이나 소의 젖으로 통상 집에서 만든다. ‘쿠미스’는 오랫동안 북방의 몽고족과 ‘카자크족’이 많이 마시고 있다.  몽고족의 술은 아주 다양하다.  신선한 말 젖으로 만든 ‘키케’ 신 버터우유를 증류하여 만든 ‘사리나리헤’, ‘사리나리헤’를 2차 증류하여 만든 ‘아리지’, ‘아리지’를 3차 증류한 ‘지에리지’등이 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중국 방문시 왕족이 연 대연회에서 ‘키게’라는 술을 접대 받았다고 썼다.  지금도 몽고족은 연례적 의례나 재회를 기념할 때, 혼례를 할 때 ‘쿠미스’를 많이 마신다.

◆ 축제시의 음주

공식적인 의례가 아니더라도 설맞이를 하는 신년행사, 세배나 폭죽놀이를 하는 춘절, 한해 중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인 원소절, 성묘행사와 연날리기 등을 하는 청명절, 유명한 용선놀이를 하는 단오절, 추석행사를 하는 중추절, 높은 산에 올라 음주를 하는 중양절 등 축제일에 음주를 한다.  즉, 항상 술은 마시지만 이러한 축제일에 마시는 술에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며, 축제를 위해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술이 준비하게 된다.

한나라 이후 후추와 삼나무로 만든 리큐르 술과 ‘투수’라고 불리는 약술은 새해가 오는 것을 축하하고자 마신다.  중국인들은 약술을 마시면서 노인들의 장수와 자신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원소절에는 연등 밑에서 향긋한 고기단자 안주에 강장 주를 마신다.  고대로부터 중국인은 5월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달이라고 알았다.  그래서 당나라 이후에는 술의 의학적 효과를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유명한 약술로는 창포나 계관석(鷄冠石)으로부터 증류한 것이 있다.  둘 다 해독작용을 하고 피를 맑게 하며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는 술이다.  중추절에는 달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지금도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중국에는 그러한 습속이 남아있다.

중국의 남부지방에는 가정에서 담근 술을 속이 빈 갈대나 대나무 튜브로 빨대를 만들어서 빙 둘러 앉아 마시는 풍습이 있다.  덕담을 나누고, 함께 웃고 즐기는 이러한 모습은 우리  나라와도 다를 바가 없어 양 국가 간의 문화적 연대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음주가무를 하고 전래의 서사시를 암송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는 6세기경 위나라 시대부터 이어 내려온 풍습이라고 한다.  지금도 그러한 광경은 쓰촨과 귀조우지방의 ‘한족’과 ‘미아오족’, ‘치앙족’의 술자리에서 많이 발견된다.

◆ 놀이로서의 음주

중국 문화에서 술은 분명히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자극하는 알코올성 음료로 정의된다.  그런데 술은 음악, 춤, 시, 노래, 소설 등 문학과 다른 모든 예술과도 관계가 있다.  중국인의 여가와 놀이에 있어 음악과 예술은 물론, 술도 빠지는 적이 없다.

조왕조(B.C 1066~256) 시대의 문헌을 보면 중국인은 그 옛날부터 예외 없이 음주가무를 병행했다고 한다.  북방의 소수민족인 ‘이족’은 곡예를 음주와 같이 한 것이 유명하고, 티베트족은 오늘날에도 손님에게 술과 시적 음률을 같이 제공한다고 한다.  즉, 중국인들은 축제일이나 식사를 할 때 좌장 격인 최고 연장자나 손님에게 노래를 바치고 합창을 하기도 하며 즐겁게 술을 마시는 습속을 가지고 있다.  주인과 객이 술을 주고받는 접대의 자리에서 사려 깊은 대화와 유머가 함께 어우러졌던 것이다.

중국인은 게임과 음주를 동시에 하며 폭음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  중국에는 음주게임이 유난히 많은데 고대 문헌에 남아 있는 게임들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즉흥시를 짓는 게임은 한 사람이 먼저 운을 부르고 다른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시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하면 벌주를 큰 잔에 그득 담아 급히 마셔야한다.  못 맞춘 사람에게 벌주를 주는 수수께끼 게임은 모든 사회계층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중국인의 음주게임에서 이기려면 역사와 문학에 대해 아주 잘 알아야 한다고 한다.  중국인은 말로 하는 게임을 매우 즐기는 민족인데, 음주게임은 사교, 놀이, 폭음과 과음을 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화취엔’이라는 ‘가위바위보’게임도 과음과 폭음을 수반하게 된다.  소위 ‘묵찌빠’ 게임인데 진 사람은 스스로 벌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다.  중국의 술꾼치고 화취엔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중국인과 친구가 되려면 ‘화취엔’이 필수적이라는 말도 있다.  중국에서는 취객 10경이라고 하여 술 취한 모습을 10가지로 표현한다.  그 중 낙(樂)-즐거워하다‘. ’설(說)-이야기하다‘, ’소(笑)-웃다‘, ’창(唱)-노래하다‘. 등은 음주의 즐거움을 상징한다.

◆ 약용 음주

중국의 역사에 술은 또한 약과 매우 중요한 관계가 있다.  “알코올이 백약 중 으뜸이다.”라는 중국의 격언은 결코 공언이 아니다.  2000여 년 전의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徑)의 주탕(酒湯)편에 다양한 질병을 술로 다루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 의학에서는 알코올의 예방적 성격과 치료적 성격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명나라 때 『본초강목』을 지은 '리스젼'의 약물해설서에 보면 79가지의 알코올성 음료가 등재되어 있고, 각각의 술과 건강과의 관계 및 약효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식욕을 돋우는 술, 소화를 돕는 술, 신장질병을 완화시키는 술, 혈액을 맑게 하는 술, 간과 비장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술, 한기를 막는 술, 신체를 전반적으로 보강하는 술 등이 그것이다.  쌀로 만든 약주, 포도주, 기장으로 빚은 독주 등 수많은 발효주와 증류주등이 중국의 약학백과사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상 '조우언라이'(周恩來)가 품질관리에 관심을 보였고 중국 방문시 미국 대통령 '닉슨'이 반했으며 '김정일'이 책장에 보관했다고 하는 '마오타이주', 강장효과가 있다는 ‘오가피주’, 최고급 스태미너주라고 알려진 '죽엽청주', 맛과 향의 독특함이 유명한 '우리양예주' 등이 그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술을 약과 연관 지어 연구하고 실제로 활용해 온 것이 중국인들이 술을 긍정적으로 인식케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서양인들이 술을 마약처럼 다루는 것과는 달리 술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즉, 술이 건강을 유지시켜주고,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고, 원기를 돋우고,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믿는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약용 음주가 자기 모순적 신념이 아니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금주가, 특히 알코올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적정음주는 건강을 주지만 과음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다.


◆ 도덕적 음주

중국 서적에는 알코올이 신체적 필요성만이 아니라 정신적 필요성을 강력히 가진다고 적혀 있다.  이는 알코올이 인간의 행운과 불운을 모두 관장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도덕적 음주가 행운을 주고, 개인의 안녕과 사회의 복지를 동시에 증진시킨다고 본다.  즉, '음주가 덕이다'라고 까지 지칭되는 이유는 술의 도덕적 측면을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 인왕조(B.C. 1324~1066)의 조왕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는데, 술을 많이 마셔, 국가재정이 빈곤하였다고 한다.  그의 아들이 즉위하여 음주를 금지하였지만 사람들이 이에 반대를 하게 되어 금주조치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 이후 돈을 너무 많이 쓰는 음주는 부도덕한 것으로 강조되었고, 집단적인 음주 방식도 좋은 점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애용되었다.

공자(孔子)는 음주에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지나친 음주에는 반대하였다.  그 이유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적정음주는 즐겁고 좋은 것이지만 과음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가의 서적에서는 “한 잔에 온화한 표정, 두 잔에 공손한 표정, 석 잔에 유유히 물러난다”는 잠언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결국 중국인들은 술을 사람들의 정신을 북돋우고, 우울증을 버리게 하고, 인생의 행복까지 가져다주는 도덕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중국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정음주란 중국인들에게 그저 받아들여지는 차원을 넘어 도덕적인 행동의 실체로도 이해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과음은 악으로까지 여겨졌다.


◆ 중국인의 음주실태와 알코올 문제

중국에는 음주실태에 대해 실태조사 결과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체로 중국 남성의 상당수(64.2%)가 '적당한 음주'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여성의 상당수(51.3%)는 외국과 비교할 때 술을 덜 마시거나 안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10.4%만이 과음자로 분류되고 있어 중국의 음주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적정음주자는 15.8%, 소량음주자가 무려 32.6%이다.  자주 마시지 않는 사람이 11.7%이며, 중국 내 공식자료에 금주자가 29.5%나 된다고 발표되어있다.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통계이지만, 이는 중국학자들이 공식 추계한 자료들이다.

중국의 경우 과거에는 물론 최근에 와서도 술이 모든 사회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잘 알려진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의 술에 대한 태도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술을 예찬할 때 중국인은 술에 가치와 애정을 담아 '옥'이나 '향긋한 이슬'로 비유한다. 그렇지만 과음으로 인한 사업실패, 성적 문제, 질병, 죽음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중국인에게도 있다.  그러므로 술은 중국인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도 술로 인해 국가를 잃은 황제도 있고, 식솔을 어렵게 한 가장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합해 볼 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술을 식사, 축제, 장례의 동반자나 이상적인 선물 또는 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서스와 같은 와인의 신은 아니더라도 중국의 전설에도 알코올에 관한 설화가 있다.  허난성의 특산주인 두캉주는 춘추전국시대의 양조기술 전문가인 '두캉'의 이름을 따고 있다.  또한 술과 관련된 별자리를 지정하고 행운과 행복을 준다고 믿기도 한다.  중국인은 술을 근본적으로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식사 중의 음주는 건강을 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여긴다.  그 이유는 술을 창조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중국인 연구자들은 중국사의 문헌들 중에서 금주에 관한 기록은 찾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즉, 금주론은 중국사에서 극히 일시적으로 있었을 뿐 대부분의 중국인은 금주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알코올 문제에 대한 금주처방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학적 연구에서조차 중국인들은 술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증에 대해 무관심하다.  홍조증은 술 마신 사람들 중 불규칙적으로 심장이 뛰고, 소량을 마시고도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증상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에스키모, 미국 원주민 등에게 나타나는 유전적 현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은 그러한 증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설사 안다고 해도 음주태도나 행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인은 대체로 술에 대해 수용적이며 알코올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할 정도로 등한시한다.  최근 중국 북경의 한 알코올 전문병동에서 고급 간부인 알코올중독자에게 내린 처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업을 주어 술과의 접근을 끊는 것이 전부였다.  알코올중독을 정신병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고 서양식의 치료 방법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은 아주 생소한 일이다.

중국인에게 술은 문제를 낳고 중독되었을 때 치료재활을 필요로 하는 중독물질이 아니라 식욕과 건강, 즐거움과 행운을 주는 상징적 물질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알코올 문제에 대한 대책도 중독물질로 인한 증상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부도덕, 불운, 잘못된 습관 등에 대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대책의 현주소이다.  더욱이 알코올음료는 예방과 치료를 그 자체로써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히려 알코올 그 자체에 대책을 책임질 권능을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한족을 제외하고도 동북 몽골 지방에 7개 민족, 서북지방에 14개, 서남지방에 25개, 중남지방과 동남지방에 9개의 크고 작은 민족들이 산재해 있는 다양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거대국가이다.  각개 민족은 유사성도 있지만 다양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을 구성한 이모든 민족들이 술에 대해 가지는 인식은 상당 부분 통일성이 보인다.  적정음주는 '반드시' 필요하며 과음은 해서는 안 될 도덕적 문제행위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의 음주인식 속에 알코올 문제에 대해 대책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을 하게 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과음 및 폭음문화가 최근 개방화 이후 급격히 나타나 또 다른 천하통일을 이루는 측면이 보이는 가운데 전통적인 건전한 음주문화와 긍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곳이 중국이다.  아직 소위 알코올 문제에 대하여 서양 정신의학적 인식도, 예방 치료 대책도 체계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 젊은 층의 과/폭음 문화, 여성 음주의 팽창현상 등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주시해 볼 만한 일이다.

[출처 : 알코올백과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