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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음주문화] 스웨덴 / 윤혜미
 
   
 
관리자 | 2006.10.09
◆ 스웨덴에서 술 마시기

스웨덴은 노르웨이, 핀란드와 함께 스칸디나비아 삼국으로 알려져 있는 추운 나라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과거사는 바이킹의 나라라는 정도이고 현대사에서는 매우 진보한 복지국가의 한 모델이라는 것 정도이다. 필자가 1998년 스톡홀름을 방문했을 때는 6월 말, 막 여름이 시작되어 밤 10시가 넘어도 하늘이 훤하고 한밤 내내 깜깜한 어둠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백야가 한창이었다. 1주일 동안 계속되는 학회가 특급호텔에서 열렸지만 첫날 리셉션에서도, 마지막 날의 만찬장에서도, 식탁에서는 술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쪽에 마련된 바에서 제공하는 것도 소다수가 아니면 2도짜리 맥주나 와인쿨러뿐이었다. 시내의 슈퍼마켓에서도 2% 맥주 이외의 주류는 구경할 수 없었다.

술은 정부가 직영하는 판매점인 systembolaget에서 주중에만 그것도 아침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ID를 보여주어야만 살 수 있었다(스웨덴이 유럽공동체의 시장체제에 동참하면서 스웨덴 정부의 알코올 독점이 자유시장체제를 기본적으로 하는 유럽공동체의 체제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많은 변화가 요구되었다.  스웨덴은 알코올 공급과 관련해서는 systembolaget을 통한 정부독점을 유지하되 영업시간을 일부 오후 7시까지로 연장하고 2001년 6월부터는 토요일에도 영업을 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술 판매점인 systembolaget에는 알코올의 폐해를 알리는 각종 팸플릿과 안내책자가 눈에 잘 띄는 곳에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백야여서 밤 10시가 넘어도 훤했지만 거리의 술집들은 오후 7시 이후에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늘 주점가가 흥청거리고 아무 데서나 술을 살 수 있으며 밤늦게까지 2차, 3차로 술을 마셔야 하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 온 이방인에게 “이 사람들은 대체 무슨 재미로 사나?” 싶은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스웨덴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근무시간 중에 잠시 직영상점으로 달려가 ID를 제시하고 상점 카운터와 사방의 벽에 붙어있는 음주에 대한 경고성 포스터와 홍보자료를 애써 외면하면서 술을 구입하여 근무가 끝나면 집에 가서 조용히 마셔야하는, 아니면 카페에서 늦어도 저녁 8시까지는 끝내야하는 매우 불편한 일이다.

스웨덴은 현재 세계에서 일인당 주류 소비량이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이다.  1995년 자료에 따르면 동년도 프랑스인들이 1년간 1인당 11.5리터의 알코올을 소비한 데 비해 스웨덴인들은 1인당 6.14리터에 그치고 있다.

◆ 알코올에 대한 스웨덴 사회의 인식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은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라는 인상을 받는다. 또 사실상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및 사회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알코올 문제가 스웨덴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비중은 여행객들과 같은 외부인들에게도 명확하게 전달될 정도이다.  이는 거리를 배회하는 주정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알코올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조직적인 대책, 그리고 왜 이러한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집단적인 접근 때문이다.  알코올과 관련된 정부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스웨덴에서는 민간의 금주운동과 금주단체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그 영향력 또한 지대하다.  금주단체들은 유치원아들로부터 노인까지, 홍보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알코올을 대체할 수 있는 마실 것의 개발, 알코올 관련 정책과 그 집행에까지 매우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역사적으로 늘 이처럼 절주 또는 금주를 행동기준으로 살아왔던 것일까? 대답은 정반대이다.  알코올이 문제라는 인식은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는 알코올이 스웨덴의 가장 큰 사회 문제이고 공중보건 문제이며 정부는 국민을 잠재적인 건강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알코올 소비와 접근 가능성에 대해 엄격한 통제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한 사회적 동의이며, 그 배경에는 알코올에 대한 스웨덴인들의 역사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스웨덴은 1차 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알코올로 인한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나라 중 하나였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기후적 특징 때문에 과거 스웨덴인들에게 술은 물보다도 더 일상적인 물품이었던 것 같다.  한여름에도 비가 오거나 하면 스웨터가 필요할 만큼 한랭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이 1년의 반이 넘는 추운 곳이다.  술은 추위와 어둠을 이기는 데에도 중요한 물품이었음에 틀림없다. 

특히 혹독한 기후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고도주(spirit)를 선호하게 한다. 스톡홀름 시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건조했으나 처녀항해에 침몰하고 만 과거의 바이킹 선박을 전시하고 있는 유명한 선박박물관이 있다.  전시된 몇 백 년 전의 바이킹 선박 내에는 높이가 어른 키의 세 배가 넘고, 길이는 네 배가 넘는 그야말로 거대한 나무 술통이 있다.  선원들의 음료수통이었는데, 물이 아니라 술을 담기 위한 것으로 하루에 1인당 몇 리터의 술을 보급한다는 규칙도 함께 적혀있다.  당시에는 물이 아니라 술을 주된 음료수로 삼았던 것이다.  가이드는 술이 물보다 잘 상하지 않아 오래 보관이 가능하며, 추운 바닷바람을 견디게 해주고, 칼로리도 높아 항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보급품이며 음료수였다고 설명하였다. 

일반 가정의 아침 식탁에서는 아이들에게도 빵과 함께 그들 몫의 술(spirits:화주)이 주어졌다고 한다.  잘 보존되어 있는 구시가지에 들러 보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몇 백 년전의 선술집들과 일반 가옥의 부엌에 자리한 술통들을 볼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스웨덴인들은 술을 많이 마셨고, 따라서 술과 관련된 문제도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였던 것이다. 특이할 만 한 점은 그런 만큼 술과 음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컸고 이것이 현재 스웨덴의 유래를 찾기 어려운 진보적 알코올 정책의 발달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 스웨덴 알코올 정책의 발달과정

스웨덴 알코올 정책은 다섯 가지 정도의 단계를 거쳐 오늘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던 것은 일찍이는 1840년대부터였다.  20세기 들어 의사였던 Ivan Bratt이 알코올 문제를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실제로 그의 이념들이 알코올 관련 사업의 정부 독점체제의 초석이 되었다.  이 시기를 첫 번째 시기로 볼 수 있는데, 이때에는 알코올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도덕심 결여와 잘못된 행동 때문으로 보고 이러한 위험한 개인들이 사회를 위협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치료는 의료인과 종교인들이 주가 되었고 보통 사람들은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발견하고 의뢰하는 역할을, 그리고 경찰이 이런 '위험한 개인'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때부터 금주협회의 치료활동이 활성화되었으며 해결책으로는 알코올 판매량의 제한과 독점이 이루어졌다.
1916년, 개인의 알코올 소비량을 제한하고 모든 알코올 거래를 등록하고 감시할 수 있는 motbok system이 도입되었고, 1920년대가 되면서 정부의 알코올 관련 통제정책이 본격화 되었다. 

두 번째 시기는 1940년대로 알코올 문제를 알코올중독에 초점을 두었던 시기이다.  생화학적, 환경적 요인들이 중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의지에 반하여 술을 마시게 한다고 이해하면서 알코올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그 진행 단계, 증상과 알코올중독자의 유형을 이해하려 하였다.  의사들이 치료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심리치료사들이 등장하였고, 사회적 대책으로는 중독의 치료를 목적으로 의료적 개입, 심리치료와 장기보호가 주를 이루었다.

세 번째 시기는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개인들로 하여금 알코올에 탐닉하게 한다는 가정이 힘을 얻었던 시기로, 1950년대였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알코올 문제의 원인으로 본 동시에 알코올이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고 생각하였다.  사회복지사와 사회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개입하였으며, 사회연계망의 제공과 사회복지사들의 심리치료 및 보다 도수가 약한 음료로의 대체가 개입의 주 내용이 되었다.

네 번째 시기는 개인의 알코올 소비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결국은 중요한 보건 문제가 된다는 시각에서 알코올을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보게 되는 시기(1960~70년대 이후)이다.  구체적으로 음주습관, 음주량, 음주 폐해와 건강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수준에서 위험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경주된다.

마지막 시기는 스웨덴이 EES에 가입하게 되면서 국가의 지나친 개입과 같은 부적절한 시장 기제는 불공정한 경쟁을 가져온다는 시각이 도입되어 경제적, 법적인 관심이 알코올 문제에 대한 개입에서 다른 분야(사회, 의료)를 압도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것이 유럽공동체의 정책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스웨덴이 처해 있는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알코올 정책은 네 번째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양한 수준에서 알코올 사용을 억제하고 알코올 남용의 위험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스웨덴 알코올 정책의 특징

스웨덴의 알코올 정책의 특징은 기타 서방국가처럼 알코올중독자나 문제음주자와 같은 위험집단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초점을 전체적인 알코올 소비행동 자체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알코올중독자 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적 모델이 아니라 알코올 총소비량/공중보건(total consumption/public health)모델에 기초하여 전방위적인 알코올 정책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알코올에 관한 사회적 개입은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이 공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소비와 공급에 대한 통제정책, 홍보 및 교육을 통한 예방정책,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정부정책의 삼위일체적인 노력과 다양하고 강력한 민간 자원단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코올에 관한 통제정책은 소비와 공급 양면에서 모두 관찰할 수 있다.  우선 공급 측면을 보면 1995년 스웨덴이 EES(European Economic Space)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주류의 생산, 수출입, 판매 모두가 국가 독점사업이었으며, 현재는 판매만 systembolaget을 통한 국가 독점이지만 주류 관련 사업은 여전히 매우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소비 측면에서는 첫째, 연령 제한을 두어 20세 미만의 주류 구입과 소비가 금지되어 있고, 둘째, 1978년 이후부터 모든 매체에서의 주류광고가 금지되었으며, systembolaget의 영업시간이나 술집의 영업시간도 법에 의해 강력히 통제되었다.  알코올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알코올 교육이 매우 체계적이다.  공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알코올과 약물에 관한 과목을 수강하도록 되어 있고, systembolaget과 같은 상점에서도 알코올 소비 억제와 남용 방지를 위한 홍보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1991년부터는 알코올 소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Public Health Institute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스웨덴에서는 알코올에 관련된 다양하고 종합적인 과학적 조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의학,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경제학, 역사학, 문학의 다방면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알코올 소비와 음주 문제에 관한 연간 통계와 연구를 담당하는 CAN(Swedish Council for Information on Alcohol and other Drugs)은 이 분야에서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이외 정부의 '전국 금주의 날(National Temperance day)'은 일반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요한 국가공휴일이다.

알코올 관련 스웨덴 사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금주단체의 활발한 금주운동이다.  많은 국가에서 금주단체가 활동하지만 스웨덴만큼 활발하게, 그리고 사회에 공감적으로 수용되는 국가는 별로 없다.  스웨덴에서는 1880년대부터 금주단체가 등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았는데, 정당에도 금주단체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1951년에는 의회 의원의 51%가 금주주의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현재는 의원의 6%만이 공식적으로 금주주의자임을 선언했지만 자유당(Liberal Party)과 중앙당(Center Party)은 아직도 금주정책에 호의적이며, 전통적으로 사회부(Ministry of Social Affairs) 장관과 국가보건복지위원회 의장은 금주운동에 호의적이고 알코올 통제정책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맡아 왔다.  알코올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유명출판사 SOBER, 보험회사 ANSVAR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주 지지단체이다.

스웨덴 알코올 정책의 하위 목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적정음주의 실천
 * 알코올에 대한 긍정적 기대효과를 제거하기
 * 청소년과 성인에게 가장 최근의 알코올 관련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기
 * 금주영역을 확장하기
 * 알코올 함량이 적은 음료로 대체하기
 * 음주가 식사와 더불어 이루어지는 문화의 정착
 *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금주
 * 알코올에 대한 접근 제한
 * 생활환경의 계획과 생활환경의 계획과 개발에서 알코올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 제고
 * alcohol-free의 환경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루기

결론적으로, 스웨덴은 과거의 심각했던 알코올중독 문제를 전방위적이고 체계적인 알코올 정책을 통해 극복하고, sober society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나라이다. 스웨덴에서 알코올 문제는 일부 남용자와 중독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의 보건과 관련된 중요 이슈로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알코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알코올 공급의 정부 독점과 같은 과감하고 강력한 정책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복지국가로서 스웨덴의 정치사회적인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유럽공동체의 경제시장에 동참함으로써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출처 : 알코올백과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