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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음주문화] 영국 / 조성기
 
   
 
관리자 | 2006.10.11
◆ 영국의 음주 역사

음주 문제를 다룰 때 “역사가 오랜 국가는 술에 대해 관대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영국을 보면 분명히 그렇다. 청소년 음주에 대한 통제도 약하고, 의학계와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음주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Drink"라는 단어를 바로 ‘술’을 마신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음주의 역사가 아주 길고, 음주층이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약 5,600만의 인구 중 대부분은 잉글랜드에 산다.  그 지역별로 선호하는 주종도 다르고, 음주량도 차이가 나며, 음주 문제도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 일상적인 생활습관이나 직업, 산업,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종교적 신념의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는 그들의 생활의 일부였던 음주습관의 차이로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 음주가 일상화된 것은 중세 때부터라고 한다.  음주가 일상화된 데에는 술의 효능이 갖는 매력도에서도 그 이유가 있지만 당시에는 술이 물이나 우유보다 안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수나 저온살균 기술이 보편화되어 물이나 우유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이다.  영국에서 ‘술을 마신다’는 말이 ‘Drink'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4세기에 성인 남성은 하루에 1~2갤런의 에일(Ale)을 마셨다고 한다.  아주 많은 양이다.  이때 생긴 에일하우스가 나중에 대중 주점인 펍(Pubs)이 되었다.  여행자가 묶는 Inn에서도 술을 팔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 술이 대중화하게 된 계기는 18세기의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진전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게 되자 음주량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산업혁명기의 술집에서는 판매량에 아무런 규제도 없었고, 무진장하게 마셔대었기 때문에 명예를 존중하는 영국인들에게도 불명예스러운 문제가 많았다.  많이 마시면 술 문제가 생기고, 술 문제가 심각해지면 술에 대한규제가 생기는 법인데,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한 엔 여왕 시대에 증류주의 독점을 막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저질과 저가의 진(Gin) 생산이 급증했고, 진 소비량이 늘자 당연히 술 문제가 급증했다.

이에 술 판매에 대한 면허제가 도입되고, 술집 이외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시작하였다.  술 문제를 억제하려고 판매장소를 제약하자 공식적인 판매점이 늘어났다.  그 당시에는 도시에 새로 모여든 사람들이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술집이었다.  위락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가격이 싼 진과 기타 증류주의 양산은 도시서민들이 술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기 쉽게 하였다.  이에 술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18세기 중반 이후에 술 생산량과 술집의 수를 규제하기 시작한다. 

19세기 이후 영국에서도 금주운동이 시도된 바 있다.  트로터(T.Troter)는 ‘습관적 만취는 병’이라고 했고, 생산의 중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창부가 나타나고, 술집에서 여흥으로 투견을 시도한 것이 그때부터이다.  그 결과 19세기 후반에는 술 관련 면허를 담당하는 독립관청이 생겨나고 영업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허가를 득하는 주점의 수가 감소하였고 술 소비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는 자료상의 일이고 음주행위와 술집은 도처에 일반적으로 존재했다.  도시서민들의 사회적 집합소였던 술집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손댈 수 없게 되자 금주운동도 사라졌다.

영국은 미국과 다른 술의 역사를 갖고 있다.  술의 이용가능성을 규제하는 법의 제정, 영업시간의 제한, 미성년자의 음주금지 등 일반적인 통제는 있었지만 금주법과 같은 과격한 통제는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술집의 영업시간을 더 줄이고, 알코올의 농도를 내리는 조처를 취한 경험이 있었을 뿐이다.  영국에서 음주문화의 지역 간 격차는 아주 뚜렷하다. 1982년, 웨일즈에서는 일요일에 술을 못 팔도록 하였다.  1976년까지 스코틀랜드의 술집들은 잉글랜드와 웨일즈보다 문을 일찍 닫게 하였다.  스코틀랜드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이다.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많이 덜 마신다.  제도, 산업, 종교 등의 차이가 음주 스타일에 차이를 준 것이다.  각 지역별로 음주면허의 통제, 술집 영업시간, 판매 요일, 음주량, 좋아하는 술 등에 상당히 차이가 있다.  술에 대한 규제는 일반대중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일반화되었다.  음주운전 사고가 늘자 1967년 도로교통법을 변화시켰고 우리나라에도 있는 임의 음주측정 제도를 도입하였다.  도로를 막고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우리의 모습을 영국에 가면 볼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축구장에서 취객들의 난동이 발생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에 스코틀랜드 법원은 술을 운동장과 운송수단 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도 이러한 조치에는 동조를 하였다.  일부지역에서는 거리에서의 음주도 금지하게 되었다.

◆ 영국인의 음주량과 음주 패턴

영국의 1인당 음주량은 큰 변화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추세와 달라 주목된다.  통상 선진국들은 음주소비가 1970년대에 들어서면 줄어드는데 영국은 그러한 대열에서 이탈해 있다. 순알코올을 기준으로 계산해 본 음주량은 199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공황기나 전시를 제외하고는 영국인들의 음주량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맥주시장은 1950년도에는 8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었는데 1955년에는 55%까지 줄어들었다.  와인 소비량이 늘어난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본고장 위스키에 대한 애착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인들의 절대적인 음주량은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독일 등 인근 국가에 비해 적다.  1995년 순알코올로 음주량이 7.5리터인데, 미국이나 뉴질랜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음주 문제는 다른 국가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간경화 사망률이 지난 20년 간 현격한 증가를 보이는 등 건강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생산성에도 영향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술에 대해 관대한 만큼 음주운전이나 미성년자 음주도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그 원인이 다른 국가와의 사회, 종교,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마시는 술의 양보다 취하도록 마시는 습관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특히 영국의 청년들은 취하도록 마시고 비행을 저지르는 음주습성이 남달라 문제가 크다고 한다.  이에 주정단속이 경찰의 일과가 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 주정단속 건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고 폭음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마시는 것에 영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음주가 증대하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은 3/4이 마시는데, 여성은 절반이 마신다.  여성음주는 영국에서 점차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은 저도의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스코틀랜드의 여성들은 위스키를 많이 마신다는 것이다.  독한 증류주나 위스키를 선호하는 것은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의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남성이 평균적으로 1주일에 3~4일을 마시는데 여성도 2~3일은 마신다.

◆ 음주에 대한 학습과 청소년 음주

영국의 어린이들은 알코올에 대한 교육을 일찍부터 받는다.  술에 대해 관대한 만큼 대비책을 마련하자는 의도에서다.  알코올음료는 법적으로 인정되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광고도 법적으로 인정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마시므로 어린이들은 쉽게 음주장소에 노출된다.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의 극소수 신교도 가정, 회교도들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쉽게 술과 친해지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5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조사해 보면 술에 대한 지식이나 신념이 확고할 수 있도록 알코올에 대한 관념이 명확하게 잡혀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6세 어린이의 40%, 10세에는 60%가 술 냄새를 식별할 줄 안다.  취한 행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안다.  그런데도 10세 어린이의 62%가 음주를 경험했고, 14세가 되면 81%, 19세에는 90%로 늘어난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집에서 처음 음주를 경험하게 되는데 소년들이 소녀들보다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

5~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알코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많이 나타내는데 10세를 넘어서면 반대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10세를 고비로 음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구에서는 10대의 음주와 알코올의 오용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 음주는 호기심, 사교목적, 또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시작된다.  대부분의 정기적인 음주행위가 10대부터 이미 정착되고 있다.  더구나 10대의 음주는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과 다른 비행으로 연결되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음주청소년의 비행을 정기적으로 다루지만 그 수가 줄지 않고 있어 관계당국의 고심거리이다.

더욱이 10대 후반이 되면 청소년들의 바에도 출입을 한다.  술집 출입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단속이 심하지 않다.  그 덕분에 10대음주가 성행하고 폭음, 만취, 취중 비행이 발생하는 지도 모른다.  문제 음주학생의 비행, 건강문제, 흡연 및 마약과의 관계, 성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 음주문제에 대한 대책
 
영국인에게 음주는 사회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술집은 여가를 즐기고 놀이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덕과 결함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 영국의 술집이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음주는 습관적으로 하는 일상생활의 하나이다. 마시는 술의 종류도 수입주의 증대로 다양해져 주당들의 행복을 더하고 있다.  집에서도 마시고 바, 레스토랑에서도 마신다.  오랜 기간 동안 음료로서 역할을 해왔고 축배는 행복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술에 대한 정부의 대책 중 하나가 적정음주량의 제시와 권유이다.  의학계에서도 주간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정음주가 건강에 주는 이점을 전파하고 있다.  영국 의학계가 권고하는 주간 적정음주량은 남성이 21잔, 여성은 14잔이고, 위험 음주량은 남성이 50잔, 여성은 35잔이다.  이 양은 미국, 캐나다 등이 권유하는 적정량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영국인이 체질적으로 술에 강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음주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술에 관대한 또 하나의 해결전략은 폐해축소전략(Harm Reduction Strategy)이다.  음주가 사회생활의 중심부에 있다는 것을 이미 인정하고 있으므로 ‘술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술을 마신 후 발생 가능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데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영국에서 전파되어 유럽, 미국, 캐나다에도 많은 정치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바에서는 깨질 때 완전히 바스러지는 잔을 사용한다고 한다.  음주 후 폭행으로 인한 사고를 막자는 의도이다.

이렇듯 영국은 음주에 대해 일면 관대하고, 일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주운동을 벌인 적도 있지만 오히려 음주량은 증가하여 실패한 영국에서 그러한 태도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음주에 호의적인 영국인도 최근 10여 년 간 정력적으로 술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로 술 문제를 건드리고 있지, 음주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출처 : 알코올백과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